껌이야기 [2]
앞에도 말했듯이 미국에는 이미 1848년부터 존 커티스에 의해 Spruce 나무 껌을 만들었다거나 이외에도 여러가지 형태의 수지가 껌으로 이용되고 있었던 사실을 알아냈지만 다른 수지나 파라핀 같은 재질들은... 혹시 먹어 본사람? 아시다시피 대세에서 밀려난지 오래이고 현대에 와서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매우 희귀하며 굳이 열심을 다해 찾아다닐 필요도 없는 것이 힘들게 찾아 씹게 되는 순간 배신감만을 느낄 맛들을 가지고 있다.
하여간 여차여차해서 토마스 아담스 & 아들 회사 -_- (Thomas Adams & son company)가 만든 치클껌이 대세를 이루고 말았고, 여기에 치클 껌에 감명을 받은 콜간(John Colgan)이라는 약사는 기존에 자신이 판매하던 설탕섞인 발삼나무 껌을 완전히 접고 치클껌에 설탕을 섞어 타피 톨루(Taffy Tolu)라는 이름으로 팔기 시작하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거기에 윌리엄 화이트(William J. White)는 향까지 섞어 지금과 같은 달콤한 향과 맛을 가진 껌을 개발해난다. 껌에 향을 넣겠다는 의도는 예전부터 행해져 내려왔지만 도무지 의도대로 되질 않았다. 그러나 설탕에는 향료가 잘 섞인다는 사실. 일단 치클에 설탕을 섞고 났으니... 뭐 향은 두말할 나위 없는 수순이었던 것이다.
놀랍게도 이렇게 곳곳에서 탄생한 껌 개발자들은 껌 개발자 연맹(?)을 이루는 엽기적인 일이 벌어지고 이들은 미국 치클회사(American Chicle Company)를 세우고 진정한 껌의 레전드, 토마스 아담스의 아들 주니어를 회장으로 추대한다. 그 다음 사장 자리에 앉은 사람은? 윌리엄 화이트였다.
이시점에서 윌리엄 리글리 주니어라는 상술의 대가가 탄생한다. 이인간은 원래 비누회사 사장이었으나 끼워팔기로 나눠주던 베이킹 파우더 -가성소다라고 하지- 라는 제품이 더 인기가 있어지자 주사업을 아예 베이킹 파우더로 바꾸게 된다. 이미 베이킹 파우더에 익숙해진 고객들은 이제 유료로 제공되더라도 돈을 주고 베이킹 파우더를 살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엔 베이킹 파우더를 팔면서 껌을 끼워팔기 시작했다. 리글리의 스피아민트와 쥬시 후르츠에 맛들인 고객들은 이젠 돈을 주고서라도 리글리의 껌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얼렁뚱땅 리글리의 주업종은 어느새 껌이 되어버렸다. 리글리 껌 회사는 현 21세기에도 세계적 재벌로 유명해서 시카고의 리글리 빌딩과 컵스 야구팀을 소유하고 있으며 컵스의 홈구장 이름이 리글리 필드인 이유 역시 이때문임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플레어 형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풍선껌" 이란 놈 만들어 팔기 시작하는데 형제간에도 의리보다는 경쟁이 치열했는지 동생 헨리가 먼저 제대로 된 제품을 내밀었고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이후로 전세계의 껌은 미국이 독점하게 되었다.
전후 일본의 야마모토는 미군만 보면 아이들이 저글링처럼 "기브미 초코렛" "기브미 껌" 러시하는 참상을 보면서 우리 부모세대가 그랬을 듯이 가슴시려했다. 천연치클은 특산품이기 때문에 너무 비쌌고 전후세대의 일본인들이 쉽게 맛볼 수 있는 가격의 물건이 아니었다. 전후세대 일본인들에게 맛있는 껌을 제공하고 싶었던 야마모토씨는 초산비닐에 설탕과 향을 섞어서 껌을 만들어 봤는데 한번에 성공...했으면 좋겠지만 이놈의 초산 냄새라는게 시큼털털하고 역한게 장난이 아닌것 웬만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초산이 뭐냐면 100% 농도의 식초다. 식초와 비닐의 화합물이 초산비닐이니 이게 사람 먹을게 되겠는가.
난감해진 야마모토씨는 비닐제조업체에 가서 냄새안나는 비닐을 함께 좀 개발해보자고 매달리나 비닐가게에서는 싱겁게도 그딴거 개발 안해도 당장 쉽게 만들수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바로 제작된 냄새안나는 초산비닐수지에 설탕과 향료를 섞어본 야마모토씨. 곧바로 빙고! 인데다 특허고 판매고 바로바로 일사천리 아닌가. 야마모토씨의 하리스 제과는 이렇게 아시아 최고는 물론이고 전세계에 껌을 공급하는 최고의 제과업체로 등극하게 된다.
재일교포 한국인 신격호는 리글리씨처럼 시작은 비누업체 사장으로 시작했으나 이넘의 비누 공장이 신통치 않았는지 어떤 생각이었는지 장비를 약간 개조해 껌을 만들어 팔 생각을 하게 된다. 신격호의 롯데제과는 하리스 제과와 맞서면서 멕시코산 오리지널 천연 치클을 이용한 고급껌으로 전략을 돌리게 되고 이는 맞아떨어져 롯데제과는 하리스 제과를 저멀리 넘사벽 너머로 제끼고 전 아시아를 장악하게 되어 아시아 최고의 제과업체로 급부상하였으며 한국과 일본에 자이언츠 야구팀을 소유하고 한국에 500m 규모의 빌딩을 짓기 위해 정부와 협력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에서도 지금와서 비싼 천연치클만을 사용하는 껌은 거의 나오지 않고, 가격과 물량의 한계로 거의 대부분의 껌은 소량의 치클에 초산비닐수지를 믹싱해서 나오고 있다. 최근 껌 역사를 다시 쓴 것은 "자일리톨 껌"이다. 기존 껌의 설탕을 사실상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세균증식을 억제하는 자일리톨이라는 자작나무 추출물을 이용해 오히려 충치를 예방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어 치과의사들과 연합하는 마케팅 전략을 통해 사실상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게 된다. 최근의 자일리톨은 옥수수 줄기로부터 중금속 촉매를 이용한 화학반응을 통해 제조하거나 유전공학을 통해 제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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