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tific World

musiki의 중학 과학 특강 - 빛 [1]

musiki 2012. 11. 25. 08:28

빛은 파동과 동일한 성질을 많이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고등학교 문과 과정까지는 빛=파동 이라고 가정하고 모든 과정을 살핀다 해도 별 지장은 없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중학생이거나 고교 문과 학생이라면 빛은 파동이라고 기억해 두길 바란다. 빛과 파동은 여러가지 면에서 비슷한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어 빛에서 몇가지 성질을 기억해 둔다면 중학 1학년에서, 아니 중등 3년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파동 장에서 동일한 성질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빛과 파동의 공통적 특징으로는 회절,반사,굴절 등의 다양한 운동원리를 들 수 있다.
 

빛의 속력과 매질 "에테르" 

 
빛의 속력은 대충 잡아서 초속 30만Km=초속 3억m 정도이다.
 
이러한 빛의 속력은 진공중에서만 그렇다. 공기중에서는 이보다 아주 약간 느려지고 물이나 유리같은 물질속에서는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게 된다. 공기->물->유리 등으로 기체에서 고체로 물질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빛의 속도는 점점 느려진다. 희한하게도 이점은 파동의 성질과 전혀 다른 점이다. 물질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파동의 속도는 빨라진다. 예를 들어 소리는 공기속보다 물 속에서, 물 속보다 고체 속에서 더 빨리 달린다. 같은 파동이라면 같은 원리로 움직여야 하지 않는가?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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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참, 어이가 없어서. 빛이 파동이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물리학자들은 에테르라는 물질을 도입했다. 에테르란 아리스토텔레스의 5원소설에 나오는 제5원소처럼 우리가 접해보지 못한 전설속의 신비의 물질이다. 만약 우주가 진공이라면 진공은 완전히 물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에테르라는 우리가 감지할 수 없는 물질로 가득차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에테르는 세상의 어떤 물질보다도 밀도가 높아야만 한다. 그래야 빛이 가장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이다. 공기나 물속에는 공기와 물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 때문에 에테르의 밀도가 적어서 빛의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다. 물속에 어떻게 에테르가 들어있을 수 있을까? 물을 이루는 분자의 크기는 생각보다 작고 물 분자와 분자 사이는 진공(에테르)으로 가득차있지 않은가? 아하 그렇군, 그리고 원자핵은 원자의 크기의 만분의 1밖에 안되잖아. 남은 공간은 모두 에테르로 가득차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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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크기가 고작 만분의 1이라고? 이정도 크기는 되는거 아니었어?

 
아하, 그래서 빛은 에테르로 가득찬 진공속에서 가장 빠르고 에테르가 적은 물이나 유리속에서는 느린 것이다. 그런데 에테르라는 그런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밀도를 가진 물질이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데 대체 지구가 어떻게 그틈을 헤엄쳐서 공전을 하지? 난관에 부딛힌다. 그렇게 밀도높은 물질이 우주를 가득 메우고 있다면 우주선이 우주 밖으로 나가려 해도 무지 힘들텐데? 공기의 밀도가 두배만 되어도 우리의 몸은 짜부러질텐데 어떻게 진공속에서는 오히려 부풀어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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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테르가 있다면 거울 1과 2에서 반사된 빛의 속도가 다르겠지...

 
미국의 마이켈슨과 몰리는 그래서 실험을 해봤다. 에테르가 있다면 지구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지구가 에테르를 누르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구가 움직이는 방향에 있는 에테르의 밀도가 높을 것이고 당연히 그쪽으로 빛의 속도가 더 빨라져야 한다. 실험결과 두 빛의 속도는 마찬가지라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마이켈슨의 실험으로 에테르를 찾고 싶어했던 수많은 과학자들은 "제길슨" 하고 외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에테르를 지구가 누르고 있는 쪽에는 에테르가 밀도가 높은 만큼 공기 밀도는 오히려 적어야 하잖아. 그 생각을 했다면 마이켈슨처럼 어려운 실험할 필요도 없이 어느축의 공기밀도가 높은지 재보기만 해도 됐을텐데! 뭐 이런 바보같은 방법으로 에테르가 있다 없다를 증명하기란 어렵다. 하여간 에테르에 대한 아이디어는 아무래도 잘못 생각한 것 같다.
 
그렇다면 수사는 원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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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결했지롱.

 
세계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사나이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원래 빛은 매질이 필요없나보지" 한마디로 이 곤경을 벗어나는데 성공한다. 그래서 빛은 파동인데 매질이 필요없는 이상한 파동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파동과 달리 밀도가 높으면 속도가 느리고 밀도가 낮으면 속도가 빠른 이상한 파동이라고 결론내리고 들어가버릴 수 밖에 없다. 사실 이 이유는 빛이 파동이 아니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지만 거기까지는 너무 어렵다. 그냥 빛은 파동이구나. 그런데 성질은 이상한 파동이구나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물리학자들은 결국 에테르라는 이름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순발력 좋은 화학자들이 이를 재빨리 주워서 R-O-R' 의 화학식을 가진 유기화합물에 에테르 결합물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쓰게 된다.
 
이렇게 에테르는 완전 폐기상태의 이론이 되는 듯 하지만 어쩌면 첨단과학에 있어 어떠한 상태보다도 더 밀도가 높은 디랙의 바다라던가 진공에너지라던가 하는 형태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존에 생각했던 빛의 매질로써의 에테르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지만 말이다.
 
빛의 파동적 성질에 대해서는 다음편에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