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tific World

환원 알칼리수

musiki 2019. 11. 13. 15:48

과거 그리스 철학자들은 만물의 근원이 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물은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인체의 70% 이상이 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수개월을 견디는 경우도 존재하는데 반해 물없이는 단 며칠도 견뎌내기 힘들다. 대체로 어린 학생들이 묻는 것 중의 하나가 인체는 액체,고체,기체 중 어느 것으로 이뤄졌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제대로 대답하는 교사가 별로 없는데 실제로 인체는 "용액"으로 이뤄졌다고 보면 큰 문제가 없다. 인체를 구성하는 콜로이드라는 형태의 수용액의 예로서는 흔히 보는 젤리, 묵 등을 들 수 있다. 대체로 반투명하며 고체같으면서도 유연성이 있다. 얘기가 딴데로 샌 것 같지만 결국 종합하면 인체는 거의 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자화 육각수니 해저심층수니 환원알칼리수니 천연광천수니 넘쳐나는 물의 종류만도 가지가지. 오늘은 환원 알칼리수에 대해서 짧게 한마디 해볼까 한다.   

musiki의 집에는 수소 발생장치를 내장한 H모사의 정수기가 설치되어 있다. 일종의 환원 알칼리수를 만들어준다는 것 같다. 물은 두개의 수소 원자와 한개의 산소 원자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H-O-H 의 구조로 되어 있는 물분자가 한개의 H+ 이온과 한개의 OH- 이온으로 갈리게 되면서 산성이냐 알칼리성이냐가 구분되게 된다. H이온의 농도가 높아지면 이는 산성이 될 것이요, H이온의 농도가 줄어들고 OH 이온의 농도가 높아지면 이는 알칼리가 될 것이다.

물분자는 H+이온과 OH- 이온으로 분리된다. 

만약 musiki의 집에 있는 정수기가 물에 수소이온을 주입시켜주는 장치라면 수소이온 농도가 높아져서 물은 산성화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물은 산성수가 된다. -_-;;;; 뭐냐? 아하, 아마 이런 의미일 것이다.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기체를 물밖으로 빼내주는 역할을 한다는 얘기겠구나. 수소기체를 발생시킨다는 얘기는 물에서 수소기체를 뽑아낸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물은 다소 알칼리성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수소 발생장치가 활성산소 라디컬을 잡아준다는 광고문구를 보고는 맛탱이 가고 말았다. 활성산소 라디컬의 예중에는 OH-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윽. 그렇다면 OH- 이온은 몸에 안좋은 활성산소 라디컬이라는 얘기이네? 거기다 H+이온을 결합시켜서 알칼리성을 중화시킨다는 얘기잖아? 물을 알칼리화한다는 얘기가 아니네? 오늘 찾아온 기사에게 개념을 물어봤지만 일개 A/S 기사가 제대로 알고 있을리는 만무하다.

결론은 뭐냐. 환원알칼리수에 있는 OH-기는 활성산소의 일종으로 몸에 유해하다는 얘기가 되네? 그렇다면 환원알칼리수는 몸에 유해하다는 얘기냐 뭐냐? 뭐 당연한 얘기겠지만 사실 알칼리성 용액은 몸에 유해하다. 중학교때 다 배웠다시피 알칼리 용액은 단백질을 녹이는 성향이 있으며, 조선시대때 사약으로 이용한 것 역시 강알칼리 용액이다. 먹으면 강알칼리에 식도가 다 녹아버리니 죽는게 당연하다. pH 8.5 정도의 약알칼리가 그다지 위험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마는 알칼리가 무조건 몸에 좋은 것인양 선전하는데에는 문제가 있다.

 

활성 산소 라디칼이라 


어찌보면 전혀 엉뚱한 얘기로 샌 것 같은데 결국 물의 개념, 어떤 물이 어떤 물이고 원리가 어떻게 되는지 기업에서는 사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 뭐 물 업체만 그런건 아니고 대개의 경우 그렇다. 당연한 얘기지만 화학박사가, 생리학 박사가, 아니 최소한 전공자가 광고를 만들고 영업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냥 앞뒤 다 잘라먹고 "좋다는 얘기네요?" 하고는 그대로 광고하고 영업해서 갖다 팔아먹는거다.

필자는 환원알칼리수가 몸에 좋고 맛이 부드럽다는 얘기 그냥 X소리로 치부한다. 확실히 말하건대 환원알칼리수는 쓰다. 알칼리는 쓴맛이라는 것은 중학교때 모두가 배우는 사실이다. 객관적으로 보건대 우리집 물맛도 쓰다. 아 이거 과장광고한것은 아니었다. 분명 알칼리수가 나오긴 나오는구나. 하여간 두X의 "Like first time" 어쩌고 소주 맛이 알칼리수를 썼다면 다른 소주보다 쓴게 당연하다. 필자는 쓴술 싫어하기 때문에 굳이 이거 마실 필요가 없네?

2등급 의료기기로 분류된다고 한다


혹자는 환원알칼리수가 식용으로 부적합하다고도 말한다. 음. 그양반이 화학박사라는 건 허풍이지만 그 주장 자체는 말되는 소리다. 어디까지나 인체가 좋아하는 것은 알칼리가 아니라 중성이다. 단, 현대인들이 하도 산성화될 음식들만 골라먹다 보니까 체액이 산성화되고 알칼리수 좀 마셔서 중화시켜야 한다는 개념은 인정 안하는 바 아니나, 건강한 중성의 몸을 가진 사람들이 굳이 알칼리수 마셔서 몸을 알칼리화해서 좋을게 없다. 뭐든지 과해서 좋은 건 없다. 중도가 가장 좋은 것이다.   

실제로 알칼리성 음료가 몸에 좋은 이유는 따로 있다. 물의 알칼리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알칼리나 알칼리 토금속류가 다소 녹아있는 물이 몸에 좋다. 그렇다고 다량 녹아있으면 당연히 먹고 골로 가는거고 그냥 바위틈새에서 지하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있는 알칼리나 알칼리 토금속류 -바위들은 광물이므로 미네랄이라고도 부른다.- 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인체에 미량이나마 꼭 필요한 필수아이템이다. 알칼리나 알칼리 토금속류는 물에 녹으면서 수소기체를 발생시키고 OH- 이온을 생성시켜 물을 알칼리성으로 만든다.

알칼리 금속들 


그런데 이놈의 환원알칼리수라는것은 걍 억지로 수소를 뽑아내고 OH-만 남기니 정작 중요한 알칼리와 알칼리 토금속류의 미네랄은 쏙 빼먹고 알칼리성만 남긴 물이 대체 인체에 어떤 도움을 준다는 것인가? 이런 물은 어짜피 알칼리 상태가 오래 유지되지도 않고 걍 위장에 닿는 순간 위액에 의해 산성화되어버리는데 의미가 있나? 위액의 산도를 조금은 낮춰주니 위산과다인 환자한테 효과가 있거나 아까 말했듯 현대인들의 산성화된 체액을 환원하기 위해 약용으로 쓰는 것은 당연히 의미가 있고 좋은 약이 되겠지만 그런 용도가 아니라면 대체 인체에 있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오히려 위산이 약한 사람은 위액이 희석되어서 소화불량만 걸리는거 아닌가? 어쩌면 병원에서 자신의 혈액 등의 산성도를 측정하고 알칼리수를 먹을지 말지 결정하는게 아무래도 나을 지 모르겠다.

우리가 고교까지 배운 화학에만 해도 모든 답은 나와있다. 어떤 학생들은 과학이 실생활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성격의 것이라며 배우기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대중들이 조금만이라도 과학적인 지식과 사고방식을 갖춘다면 과장 허위광고 법정싸움 입씨름 따위에 놀아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