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인간이 모르는 것은 무엇인가. 모르는 분야는 과연 단지 지금 모르고 있는 것일 뿐인가 아니면 앞으로도 영구히 알 수 없는 성질의 것인가. 우리는 우리가 매우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한 분야는 자연중에서도 극히 일부의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간은 스스로의 자존심때문에 이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 성향이 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려 했다가 인간의 자존심을 건드려 독배를 마셔야만 했다.



공기중의 입자라는게 어디 한두개여야 말이지

우리는 양자역학을 통해 자연의 미시세계의 기본원리에 매우 근접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입자 한두개에 한해 그것도 근사적 계산이 가능한 것 뿐이다. 입자의 개수가 늘어난다면 그러한 계산은 꿈도 꿀수 없게 된다.

바둑판에서 흑돌과 백돌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가정한 아주 단순한 계에서 일어날 수 잇는 경우의 수를 계산한다고 해도 그 가지수는 수도 없이 많다. 원하는 독자가 있다면 컴퓨터를 통해 계산한
Exact한 수치를 여기에 적을 수도 있겠으나 간략히 172자리에 달한다는 정도의 간략한 어림셈만 밝히도록 하겠다.

바둑은 19X19칸이라 너무 크다 싶어 좀 더 가지수를 줄여서 12X12칸 정도로 줄여보았다. 각 칸에는 에너지가 0,1의 경우만 존재하고 에너지의 총 합이 192일때의 경우의 수가 최대값을 가지는데 그 경우의 수는

76060009304567600770980455752976522583135268602898164403429820493138

이 숫자는 한국에서 계산된 것으로 "물리학 역사상 논문에 실린 가장 큰 정수"이다. 이 정도 계산이 그나마 우리 능력의 현주소이고 이 이상 큰 계를 계산하는 것 조차 우리에게는 아직도 기술적으로 힘들다는 얘기이다. 더 말할나위 없이 45가지의 숫자중에 6가지를 찍는 로또의 경우의 수만해도 8백만가지이다.



아직도 인간보다 바둑 잘두는 컴퓨터 없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입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의 경우의 수부터가 무한대이고 특정 에너지에서 가질수 있는 경우의 수도 무한대이다. 무한대의 제곱 해보라 ㅡ_-;;;; 그 숫자가 계산이 되는 숫자라고 생각하는가?

기본적으로 1mol이라 부르는 양의 기체분자의 개수는 6X10^23 개이다. 이러한 기체분자의 상태를 전부 계산한다는 것은 우주가 멸망할때까지 계산해도 부족하다. 우주 전체를 계산하기는 커녕 기체 1컵의 양을 계산하는 것 조차 이러하다는 얘기이다. 우리는 자연의 극히 일부밖에 알 수 없다. 인간에게 겸손해져라 하는 말은 이러한 이유인 것이다. 기본적으로 무신론자이어야 한다고 보여지는 자연과학자가 종교에 귀의하는 이유가 이러한 것이라고들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인간이 아무것도 모르느냐 하면 그렇지많도 않다. 이러한 어이없는 경우의 수를 다 계산하지 않더라도 통계적인 극도로 일부의 샘플링을 통해 자연계의 현상을 예측할 수 있고 맨하탄 프로젝트 멤버들은 그 계산결과를 통해 로스 앨러모스에서 핵폭탄을 성공적으로 설계하고 제조했고 일본의 두 항구에 이를 투하했다.



이를 "메트로폴리스 알고리즘"이라 하는데 우리는 이러한 샘플링을 통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틀어 장난스럽게도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이라 부른다. 시뮬레이션 과정이 도박과 같은 확률놀음이라는 의미에서 카지노가 있는 몬테카를로 의 이름을 따서 지은 다소 장난기 섞인 이름이다. 이러한 통계적 계산결과는 약간의 기술적 트릭으로 실제 실험에 쓰일만한 충분히 정확한 값을 얻어낼수 있다.

인간은 충분히 현명하기도 하고 충분히 어리석기도 하다.

우리는 인간의 능력을 과대평가해서도 안되며 과소평가해서도 안된다.

Posted by musiki